시
최문자 - 탈피
사무엘럽
2021. 1. 10. 06:11
눈을 떠보면
너무 파란 하늘
옷을 벗느라 언제나 눈물이 나 있는 세상
껍질들의 무덤이네요
혹독한 계절이 왔다
껍질에 찔려 죽는 뱀들과 함께
마지막 슬픔까지 벗어야 한다
무서웠던 겨울의 차가운 동굴
껍질의 감정을 가슴에 달아주고
구두를 벗고 코트를 벗고
무거운 것들 모두 가볍게
마지막으로 빈 문장을 벗고
돌아보면
나는 해변의 텅 빈 피조개
모래가 입을 틀어막으며 바다를 벗으란다
껍질은 낮에도 어두웠다
죽은 살이 가득해서 웃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