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자 - 구름 애인

사무엘럽 2021. 1. 10.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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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자를 사랑했다

 

 짐승 안에 들어 있는 구름 같은 남자

 

 짐승에게 구름 같은 게 있을까 싶지만

 뒤집으면 구름이 펄럭거렸다

 

 짐승이 뭉게뭉게 달아나던 미루나무 끝가지

 까맣게 멀리서 소낙비가 오고 있었다

 구름이 바늘처럼 따갑게 쏟아졌다

 

 구름을 만지고 싶어서

 어쩌다 한 마리 짐승을 사랑했다

 구름 같은 짐승

 설산에 가끔 출몰한다는

 털이 따가운 짐승

 

 짐승에게 눈물 같은 게 있을까 싶지만

 뒤집어보면

 짐승의 털이 흠뻑 젖어 있었다

 

 젖은 몸으로 설산을 기어오르는

 반투명 구름의 기쁨

 

 자작나무 숲에

 구름 같은 짐승이 살았다

 따가운 사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