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준 - 기대

사무엘럽 2021. 1. 9. 05:12

 

아름다운 그런데:한인준 시집, 창비

 

 

 오늘은 달이 많이 떴네

 

 떠 있는 건 별들인데

 

 별을 달이라고 잘못 부른 너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으니까

 

 언제부터 별은 달이 아니고 별과 달이었는지

 

 나는 빛과 빛나는 것을 구분하는지

 

 지하철 출입구를 왜 자주 출구라고만 부르나

 

 어디로든 어디서든 나가야만 했던 것인지

 

 이곳은 아직도 생각 속이구나

 

 이곳에서 별은 달이 되어가는데

 

 별을 달이라고 부른 너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저곳을 바라보다가

 

 그럴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같은 곳에 있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