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준 - 윤곽

사무엘럽 2021. 1. 9. 03:11

 

아름다운 그런데:한인준 시집, 창비

 

 

 뒤꿈치처럼 생각한다

 

 누가 밟아도 돌아보지 않을 만큼만

 

 문을 열었으니까. 내 방은 다시 내 방의 위치에 놓여 있고

 

 미세하게

 

 너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무슨 말이었는지

 

 왜 자꾸 이 방은 정확해지는 걸까. 네가 밀어낸 문이 너보다 먼저 나가버리고

 

 나는 창문을 창문만큼만 바라본다

 

 뚜렷해질 때까지

 

 너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언제나 돌아볼 수 있을 만큼만

 

 무슨 말처럼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