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인준 - 연출 연습
사무엘럽
2021. 1. 8. 19:12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을
횡단하다가
무대 중앙까지 대각선으로 걸어가줄래?
대각선은 멈춰 서서 잠깐 울었다. 주룩주룩은 언제부터 직선입니까. 죽음에 꼭 들어맞을 때까지
죽은 척하기
나는 내가 벗어둔 구두 같아요. 구두는 무슨
쓰레빠를 내던지며
이런 식으로 연기해봐. 이런 식의 총구와 이런 식의 관자놀이로 너와 나의 이런
거리감으로
절망 좀 쉬었다 합시다. 대각선은 둥근 의자에 앉아 다시 울었다. 주룩주룩은 언제부터 곡선인가요.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무대 바깥으로 보랏빛처럼 걸어가줄래?
보랏빛처럼 걷는 것이 뭘까
대각선은 대각선에게 건너가면서 조금 울었다. 나 당신에게 갈 수 있나요
잘하고 있는 거 맞나요
높낮이를 줄게
옥상에서 부러진 발목처럼 보랏빛처럼
대각선은 걸어나간다. 사라진다는 것이 정확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