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준 - 무게

사무엘럽 2021. 1. 8. 19:03

 

아름다운 그런데:한인준 시집, 창비

 

 

 어머니가 나에게 꽃을 선물해주었다 어머니

 

 이건 어머니잖아요

 

 나는 어머니를 벽에 걸어두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를 말했다. 어머니는 낡았고 감상적이래

 

 나는 벽을 돌아보지 않았다

 

 벽이 무너진다

 

 무너진 벽을 언제 돌아보았나. 어머니가 허공에 걸려 있다. 마른다. 부서진다

 

 나는 가벼워지는 거란다

 

 말씀 좀 그만하세요

 

 무거워지니까

 

 내 방에는 바닥이 없잖아요

 

 괜찮아, 나는 발이 없단다. 발은 언제나 발의 주변만을 남기고 사라져

 

 말씀 좀 그만하세요

 

 어머니

 

 이건 어머니가 아니잖아요. 어머니는 허공에서 말없이 꽃을 그린다

 

 그 꽃이 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