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미옥 - 물컵
사무엘럽
2021. 1. 8. 16:16
얼음이 달라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여름이었고
집에선 화분 썩는 냄새가 났다
나는 하루 동안 뭘 먹었는지 매일 노트에 적었다
일정한 규칙도 기준도 없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어항 속 물고기는 이제 한마리 남았다
꼬리를 흔들며 앞으로 가는 물고기
고인 물에 살았다
살던 곳에서 죽었다
어떤 날엔 지나가며 들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어항 속 금붕어를 가리키며 하는 말
저거 봐, 생선이야 생선
나는 바다에서 죽은 물고기가
가라앉는 시간을 생각했다
비늘이 벗겨지고
살이 다 떨어져 뼈만 남을 때까지
가라앉기만 하는 물고기에 대해
정지될 순간만 기다리는 지느러미에 대해
파도가
익살처럼, 유머처럼, 우스갯소리처럼 밀려오는 것을 본다
웃는 얼굴로도 마음이 감춰지지 않았다
물 한컵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