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 - 물컵

사무엘럽 2021. 1. 8. 16:16

 

온:안미옥 시집, 창비 힌트 없음:안미옥 시집, 현대문학 지정석(2019 제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얼음이 달라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여름이었고

 

 집에선 화분 썩는 냄새가 났다

 나는 하루 동안 뭘 먹었는지 매일 노트에 적었다

 일정한 규칙도 기준도 없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어항 속 물고기는 이제 한마리 남았다

 꼬리를 흔들며 앞으로 가는 물고기

 

 고인 물에 살았다

 살던 곳에서 죽었다

 

 어떤 날엔 지나가며 들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어항 속 금붕어를 가리키며 하는 말

 저거 봐, 생선이야 생선

 

 나는 바다에서 죽은 물고기가

 가라앉는 시간을 생각했다

 

 비늘이 벗겨지고

 살이 다 떨어져 뼈만 남을 때까지

 가라앉기만 하는 물고기에 대해

 정지될 순간만 기다리는 지느러미에 대해

 

 파도가

 익살처럼, 유머처럼, 우스갯소리처럼 밀려오는 것을 본다

 웃는 얼굴로도 마음이 감춰지지 않았다

 

 물 한컵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