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 - 오늘의 일기

사무엘럽 2021. 1. 8. 16:13

 

온:안미옥 시집, 창비 힌트 없음:안미옥 시집, 현대문학 지정석(2019 제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우산이 없는 날엔 비가 옵니다 어릴 때부터 그래 왔어요 열어보지 않은 상자가 집 안에 가득합니다 진짜로 비어 있을 것 같아서 모아두었어요

 

 세시에는 일곱시, 아홉시에는 두시를 가리키는 시계가 있습니다 벽에는 내가 걸었지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한번도 아침을 가리킨 적이 없어서 마음이 놓입니다 우리 집은 조용합니다

 

 나는 집을 닮고, 창문이 되어갑니다

 

 옆집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사성이 어둡습니다 한번도 말을 해본 적이 없어요 말을 먼저 걸지 못해서 우리의 관계는 지속됩니다 같은 대문을 쓰고 같은 물을 마십니다 옆집은 조용합니다

 

 모든 사람을 유령처럼 볼 수 있어서 안경을 벗고 다녀요 누군지 몰라서 긴장됩니다 모두 그렇게 스쳐 지나가기를 잠자리에 누워 기도합니다 작게 웅크린 나의 그림자는 벽을 건너, 주차장으로

 

 밤은 어제보다 더 커져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