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 - 정결

사무엘럽 2021. 1. 7. 22:16

 

온:안미옥 시집, 창비 힌트 없음:안미옥 시집, 현대문학 지정석(2019 제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구부러진 말을 깊게 묻어둔 얼굴. 매일 비틀린 침대에서 잠이 든다. 고백은 얼룩 같고. 가라앉기 위해 돌을 모으는 손.

 

 나는 한 방향으로만 가는 눈과 귀를 가졌다. 점점 더 제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부풀어오르는 식빵을 뜯으며

 

 듣고 있는 사람이 없는 이야기를 할 때. 그것은 진심과 멀어지는 진심. 뿌리가 아래로 흐른다. 점액처럼, 불길한 꿈처럼.

 

 나는 깨끗한 손을 본 적 없다. 뼈와 칼을 구분할 수 없다. 둥근 탁자와 둥근 무덤.

 

 거울이 잠깐씩 놓치는 것. 슬프고 비참한 것.

 

 진창이라면

 늪에 빠졌다면

 

 도와줄 수 없다는 말과 도와달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다. 내가 했던 말들이 쏟아진다.

 

 발목에서 무릎,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살. 수초에 걸린 새의 발. 다 담을 수 없는 그릇.

 

 덤불을 걷으면 덤불이 나온다. 나는 녹지도 얼지도 않고. 무너지지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