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 - 문턱에서

사무엘럽 2021. 1. 7. 21:59

 

온:안미옥 시집, 창비 힌트 없음:안미옥 시집, 현대문학 지정석(2019 제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요가학원에 갔다가

 숨 쉬는 법을 배웠다

 

 가슴을 끝까지 열면

 발밑까지 숨을 채울 수 있다

 숨을 작게 작게 쉬다보면

 숨이 턱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되면

 그러면 그게 죽는 거고

 

 나는 평평한 바닥을 짚고 서 있었다

 

 몸을 열면

 더 좋은 숨을 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몸을 연다는 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공중에 떠 있는 새의 호흡이나

 물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호흡을 상상해

 

 숨이 턱 밑으로

 겨우겨우 내려가는 사람들이 걸어간다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두 눈은 붉은 열매 같고

 

 행진을 한다

 다 같이 모여 있다

 

 숨을 편하게 쉬어봐

 좀더 몸을 열어봐

 

 나는 무언가 알게 된 사람처럼

 유리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