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미옥 - 문턱에서
사무엘럽
2021. 1. 7. 21:59
요가학원에 갔다가
숨 쉬는 법을 배웠다
가슴을 끝까지 열면
발밑까지 숨을 채울 수 있다
숨을 작게 작게 쉬다보면
숨이 턱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되면
그러면 그게 죽는 거고
나는 평평한 바닥을 짚고 서 있었다
몸을 열면
더 좋은 숨을 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몸을 연다는 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공중에 떠 있는 새의 호흡이나
물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호흡을 상상해
숨이 턱 밑으로
겨우겨우 내려가는 사람들이 걸어간다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두 눈은 붉은 열매 같고
행진을 한다
다 같이 모여 있다
숨을 편하게 쉬어봐
좀더 몸을 열어봐
나는 무언가 알게 된 사람처럼
유리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