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 - 토마손

사무엘럽 2021. 1. 7. 08:43

 

온:안미옥 시집, 창비 힌트 없음:안미옥 시집, 현대문학 지정석(2019 제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계단이 없는 육교 위에 서 있었다

 

 세살 때 돌아가셨다는 외할머니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 본 적 있는 얼굴일 텐데

 

 다리 밑엔 횡단보도 표지판이 있었다

 강물을 횡단하는 강물을 보았다

 

 어제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이년 전에 들었던 말은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났다

 

 나를 보면 뭐가 보여?

 

 건너편 건물 이층엔 현관문이 있었다

 창문들 옆에 나란히

 누군가 한번쯤 열어보고 싶어 했다면

 그건 나였을 것

 

 오늘 날씨는 예전에도 겪은 적 있는 것 같다

 

 공중에 매달린

 없어진 식당의 간판

 

 그리고

 닫힌 계단

 쏟아진 계단

 닿아 있는 계단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것이라는 듯이

 너무 많은 계단이 이상했다

 

 매일

 처음 살아보는 날이라는 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