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미옥 - 토마손
사무엘럽
2021. 1. 7. 08:43
계단이 없는 육교 위에 서 있었다
세살 때 돌아가셨다는 외할머니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 본 적 있는 얼굴일 텐데
다리 밑엔 횡단보도 표지판이 있었다
강물을 횡단하는 강물을 보았다
어제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이년 전에 들었던 말은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났다
나를 보면 뭐가 보여?
건너편 건물 이층엔 현관문이 있었다
창문들 옆에 나란히
누군가 한번쯤 열어보고 싶어 했다면
그건 나였을 것
오늘 날씨는 예전에도 겪은 적 있는 것 같다
공중에 매달린
없어진 식당의 간판
그리고
닫힌 계단
쏟아진 계단
닿아 있는 계단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것이라는 듯이
너무 많은 계단이 이상했다
매일
처음 살아보는 날이라는 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