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 - 온

사무엘럽 2021. 1. 7. 08:20

 

온:안미옥 시집, 창비 힌트 없음:안미옥 시집, 현대문학 지정석(2019 제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날지 못하는 새의 이름을

 녹슨 나사

 깨진 창문에 비치는 얼굴을

 

 나는 없는 것에 대해서만 말했다

 

 무너지고 있는 집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큰 비가 올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창밖을 보지 않기로 했다

 얼굴이 벗겨질 것 같았다

 

 죽은 비둘기떼의 펼쳐진 날개

 뒤집힌 우산들이 쌓여 있는 곳

 

 나는 하류로 가지 못했다

 

 허리까지 차올랐던 물이

 끌고 내려가는 것들을 생각했다

 

 뿌리 뽑힌 풀들이 메말라 있어도

 끊어지지 않는 볕

 

 나는 이제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아 있는

 

 큰비가 온다

 나는 소문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