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안미옥 - 적재량
사무엘럽
2021. 1. 7. 08:00
옆방엔 신을 모신다는 사람이 살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엔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손님이 되어본 적 없고
꼬리가 휘어진 채 도망가는 고양이를 본다
너는 평생 이렇게 살게 될 거다
벽을 타고 건너오는 것들
얼굴을 만지면 얼굴이 만져진다
내가 키우던 고양이는
고양이 너머로 간다
모르는 사람의 과거를 본다는 사람
죄를 쥔 손을 등 뒤에 감추고
웃고 있는 사람
붉은 기운이 가득한 방 안에서
시간이 끊어져버린 걸 모르고 있다
얼굴 위로 얇은 이불을 덮으면
나는 조금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귀를 흔드는 물소리
이 집에는 아픈 사람이 있다
아픈 사람이 있는 집 아이는 슬픈 표정을 숨길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