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 참배하고 법을 배운 인연

사무엘럽 2021. 1. 7. 07:52

 

 

 육조단경은 이 대문을 경계로 해서 앞뒤로 크게 둘로 나뉜다. 표제에서 말한 법해가 모아 기록한 단경은 여기까지로 끝나고, 이 뒤는 그 유통분으로 볼 수 있다. 신수가 남몰래 자기 제자인 지성을 혜능의 밑으로 보내 그의 설법을 듣게 하는 대목이다. 동기는 어디까지나 좋은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지성은 육조 밑에 머물러 있고 돌아가지 않는다. 자연 북종과 남종과의 사이가 날카로워진다. 북종의 삼학이 칠불통계계에 그치고 마는 데 대해, 혜능은 삼학의 전부를 자기 마음에 두고 반야의 관조작용으로 한다. 무상계의 어디가 새로운가를 구체적인 사례에 의해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사가 조계선에 머무르면서 소주와 광주에 가르침을 펴기 40여 년, 그의 제자를 말할 것 같으면 승려와 속인을 합해 3천 명 내지 5천 명이나 되어, 일일이 다 말할 수 없다. 만일 종지를 말할 것 같으면, 단경을 전수하여 이로써 의지하여 믿음을 삼게 했다. 만일 단경을 얻지 못하면 법을 이어받지 못한 것이 된다.

 장소와 연월일과 성명을 확인하여 서로가 부촉하되 단경을 이어받지 못한 사람은 남종의 제자가 아니다. 단경을 이어받지 못한 사람은 돈교법을 말하나 아직 그 근본을 모르기 때문에 결국 다툼을 면치 못한다. 그러므로 법을 얻은 사람은 오로지 돈교법의 수행을 권할 뿐이다. 다툼은 곧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도와는 어긋나는 일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전하기를 남쪽의 혜능이요, 북쪽은 신수라고 하는 것도 아직 근본 사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수선사는 형남부 당양현 옥천사에 주지로서 수행하고 있었고, 혜능대사는 소주성 동쪽 35리에 있는 조계산에 머물러 있었다. 법은 한 종이나, 가르치는 사람은 남쪽과 북쪽이 달라서 이로 인해 남쪽과 북쪽이 따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어떤 것을 점 또는 돈이라고 하는가. 법은 곧 하나이지만 깨달음은 더디고 빠른 것이 있다. 깨달음이 더딘 것이 곧 점이고, 깨달음이 빠른 것이 곧 돈이다. 법에는 점과 돈이 없지만, 사람의 능력에는 영리함과 우둔함이 있는 까닭에 점이니 돈이니 부른다.

 

 신수스님은 일찍이 사람들이 혜능의 가르침은 빠르고 바른 길을 가리킨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신수는 마침내 제자인 지성을 불러 말했다.

 "그대는 총명하고 지혜가 많으니, 나를 위해 조계산으로 가서 혜능의 처소에 이르러 예배하고 다만 듣기만 하되, 내가 그대를 보내서 왔다고는 말하지 마라. 들은 것을 기억하여 돌아와서 내게 들려다오. 그래서 혜능의 견해와 나와 비교해서 어느 쪽이 빠르고 더딘지를 알 수 있게 하라. 그대는 빨리 돌아와야 한다.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괴이하게 생각하는 일이 없게 하라."

 지성은 기쁘게 분부를 받들어 반 달 안팎이 걸려 조계산에 이르렀다. 그는 혜능화상을 뵙고 예배하여 설법을 들을 뿐, 어디서 왔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지성은 가르침을 듣고 그 자리에서 문득 깨달아, 곧 마음이 밝아졌다. 그는 일어나 예배하고 스스로 말하였다.

 "화상이시여, 제자는 옥천사에서 왔습니다. 신수스님 밑에서 깨닫지를 못했으나, 화상의 설법을 듣고 본래의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화상께선 자비로써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혜능대사가 말했다.

 "그대가 거기로부터 왔으면 응당 세작일 것이다."

 지성이 말했다.

 "아직 말하지 않았을 때는 그러했지만, 이미 말을 했으니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육조가 말했다.

 "번뇌가 곧 보리인 것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대사가 지성에게 말했다.

 "내가 들으니 신수선사는 사람을 가르칠 때, 다만 계 정 혜 셋만 전한다고 하는데, 신수화상은 사람에게 계 정 혜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내게 말해 주기 바란다."

 지성이 말했다.

 "신수화상은 계 정 혜를 말할 때, 모든 악을 짓지 않는 것을 계라 하고, 선을 받들어 행하는 것을 혜라 하고, 스스로 자기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을 정이라 합니다. 신수대사의 말씀은 그러하온데, 화상의 견해는 어떠하신지 알지 못합니다."

 혜능화상이 대답했다.

 "그 법문은 불가사의하나 혜능의 소견을 또한 다르니라."

 지성이 물었다.

 "어떻게 다릅니까?"

 혜능이 대답했다.

 "견해에 더디고 빠름이 있느니라."

 지성이 말했다.

 "청컨대 화상께서 생각하시는 계정혜를 말씀해 주십시오."

 대사가 말했다.

 "그대는 내가 말하는 것을 잘 듣고 나의 소견을 알아보라. 내가 생각하는 바로는 심지에 그릇됨이 없는 것이 자성의 계요, 심지에 어지러움이 없는 것이 자성의 정이요, 심지에 어리석음이 없는 것이 자성의 혜이니라."

 혜능대사가 다시 말했다.

 "그대가 말한 계 정 혜는 근기가 약한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요, 내가 말한 계 정 혜는 근기가 뛰어난 사람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니, 자기 본성을 깨달은 사람은 계 정 혜를 세우지 않느니라."

 지성이 여쭈었다.

 "청컨대 대사께서 말씀하신 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대사가 말했다.

 "자기의 본성품은 그릇됨도 없고, 어지러움도 없고, 어리석음도 없으니, 생각마다 반야의 지혜로써 비추어 보아 항상 법상을 떠났는데, 무엇을 또 세우겠는가. 자기의 성품을 단번에 닦을지니, 세우면 점차가 있게 되므로 세우지 않느니라."

 지성은 일어나 예배하고 그대로 조계산을 떠나지 않았다. 곧 제자가 되어 대사의 좌우를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