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박시하 - 마른 손
사무엘럽
2021. 1. 4. 23:43
당신을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할까요
당신에게 흰죽을 떠먹이는 동안
당신의 손은 별처럼 떨려요
하나의 별이
천천히 다른 시간으로 향하고 있어요
자꾸만 어딘가로
당신을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은데
당신이 오래오래 걸어서 다다른 곳에선
쏟아지는 비만 내리고 있어서
이제 쉬고 싶다고 말하지만
당신의 발음은 이미 빗소리예요
당신은 울음을 꼭꼭 씹어 먹어요
눈물처럼 묽은 죽을 찡그리며 삼켜요
눈을 감아요
다시 뜨지 말아요
그렇게 흰 영원 너머에는 무엇이 있나요?
아빠, 그것이 보여요?
나는 가만히
마른 별을 놓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