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하 - 밤의 공원에서

사무엘럽 2021. 1. 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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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캄한 밤의 공원에서

 유서를 썼다

 

 기분이 좋았다

 맹꽁이가 커다랗게 울고 있었다

 두 남자가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셔틀콕이 어둠 속을

 

 밤의 흰 새처럼

 잊어버린 새의 이름처럼 날아갔다

 

 아이들이 텅 빈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편지를 보낸

 나 없는 세계에서 왔다

 나는 유서를 밤의 공원에

 벤치 아래의 어둠 속에 묻었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내가 어딘가로 떠났고

 이 세계로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긴 한숨 소리가 번져나갔고

 나는 유서를 어디 묻었는지 잊어버렸다

 그 밤의 공원도 잊었다

 나를 잊었다

 

 새의 이름을 잊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