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하 - 하고 싶은 말 지우면 이런 말들만 남겠죠

사무엘럽 2020. 12. 25. 08:53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이원하 시집, 문학동네 [달]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이원하) (마스크제공), 단품 신춘문예 당선시집(2018), 문학세계사

 

 

 바다에 지금

 물만큼이나 많은 바람이 있어요

 생긴 걸 그대로 유지해도 되련만

 물은 물을 더 부르네요

 

 그렇게 뜬 무지개

 

 무지개는 절대

 바람에 밀리지 않네요

 

 무지개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그저 힘을 빼버리니

 무엇에도 밀리지 않는 거겠죠

 

 나도 무지개처럼 살까요

 

 그럴 수 있을까요, 고민하고 있는데

 말이 한 마리 지나가네요

 말의 발자국이 검어요 말도 고민을 하나봐요

 

 무지개는 다시 뜰까요

 알고 싶어요

 

 핑계 맞지만 알고 싶어요

 움직일 줄 모르고

 사라질 줄만 아는 무지개에 대해서

 

 왜 오래 머물면 안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