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원하 - 내가 나를 기다리다 내가 오면 다시 나를 보낼 것 같아
사무엘럽
2020. 12. 25. 08:21
이 동네에 그만 앉아 있을래요
섬에서 높이 날아올라 육지로 가겠다는 말이기도 해요
누구든 당장 만날 수 없는 곳이 섬이니까요
우연이 없는 곳이니까요
수화기에 대고 엄살을 한 솥 쏟았어요
군인에게
가끔씩 섬에 갇혀 있다는 기분이 들면
한없이 땅을 파게 되는데
어제가 그랬거든요
군인을 섬에 데려올 순 없지만
군인은 숲과 같을 테니
내가 이 섬 안에 숨겨줄 수 있어요
밤에 흰옷을 입고 다녀도
보호해줄 색이 많은 곳이니까요
근데 그게 잘 안 돼요
꿈만 꾸게 돼요
추워요
빨간 내 얼굴이 중요해요
빨개진 김에
동백꽃 사이에 서면 내 얼굴이 숨겨질 것 같아요
내가 쓸쓸해도 이 섬에 버티는 이유는
동백꽃 필 때 마침 얼굴이 빨갛기도 할뿐더러
섬에서 살 수 없다면 배 위에서라도 살고 싶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