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육조단경] 혜능대사의 출생과 깨달음

사무엘럽 2020. 12. 23. 21:13

 

 

 혜능대사는 여기서 스스로 ㅈ기 출생을 밝히고, 깨달음의 유래를 말한다. 글자를 모르면서, 소리 높여 노래부르고 불법의 진리가 문자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당당히 선언한다. 문자의 전통이 강한 당시의 중국에서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곧 밝혀지게 될 남종 돈오의 요지를 굳이 그러한 자기 경력과 함께 말해 가는 양식은 정말 새롭고 깨끗하다. 그런데 동문인 신수와의 사이에 서로 다투게 되는 오경시의 한 부분과, 뒤에 무문관 제 23측에 나와 있는 대경령 위에서의 문답이 여기서는 상당히 틀리게 이야기되고 있다. 특히 같은 무문관 제 29측에 나와 있는 바람과 빗발의 문답이, 이 책에서는 전혀 그 흔적마저 볼 수 없다. 뒤로 내려옴에 따라 점점 덧붙여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자서전은 원시적인 소재를 그대로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혜능대사는 대범사 강당 안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 앉아, 마하반야바라밀의 법을 설하고 무상계를 주었다. 그때 법좌 아래에는 비구 비구니 수도인 속인 등 승니와 도속은 1만 명이 넘었다.

 소주 자사 위거와 관료 30여 명과 유가의 선비들이 다 함께 대사에게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해 주기를 청하였고, 자사는 대사의 제자인 법해 스님에게 모아서 기록하게 하였으며, 이를 후대에 유통케 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 종지를 이어받아 서로서로 전수케 하였으니, 그 뜻이 요긴하고 의지할 만하여 길이 받들게 하기 위해 이 단경을 설하게 되었다.

 

 법을 깨닫고 가사를 받다

 혜능대사는 말했다.

 "선지식들이여, 마음을 맑게 하고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생각하라!"

 대사께서는 말없이 스스로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한참 침묵하고 나서 말하였다.

 "선지식들이여, 조용히 들으라. 혜능의 아버지는 본관이 범양이었는데, 좌천 후 영남 신주 백성으로 옮겨 살았고, 혜능은 어려서 일찍 아버지를 여의였으며, 늙은 어머니와 외로운 아들은 남해로 옮겨 가난에 시달리며 장터에서 땔나무를 팔며 지냈느니라.

 어느 날 한 손님이 땔나무를 사서 혜능을 데리고 관숙사까지 가서 손은 땔나무를 가지고 들어가고, 혜능은 돈을 받았다. 대문을 나서려는데 마침 한 손님이 금강경 읽는 것을 보았다. 혜능은 한번 들음에 마음이 밝아져 문득 깨닫고 이내 손님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오셨기에 이 경전을 가지고 읽습니까?'

 손님이 대답하였다.

 '나는 기주 황매현 동빙무산에서 오조 홍인화상을 예배하였는데, 지금도 그곳에는 제자들이 1천여 명이 넘습니다. 나는 거기에서 5조 대사가 승려와 속인들에게 권하시기를 다만 이 금강경 한 권만 지니고 공부하면, 곧 견성하여 바로 성불하게 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혜능은 이 말을 듣고 숙업에 법의 인연이 있어 곧 어머니를 하직하고 황매의 빙무산으로 가서 5조 홍인화상을 예배하다.

 홍인화상이 혜능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 사는 사람이기에 이 산까지 와서 나를 예배하며, 그대가 지금 내게서 무엇을 구하려 하느냐.'

 혜능이 대답했다.

 '제자는 영남 사람으로 신주의 백성입니다. 지금 일부러 멀리 찾아와 화상을 예배하는 것은, 다른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니옵고, 다만 부처가 되는 법을 구하고자 할 뿐입니다.'

 대사는 혜능을 꾸짖었다.

 '너는 영남 사람이요, 또 오랑캐 출신인데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단 말이냐.'

 혜능이 대답했다.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부처의 성품에는 남북이 없습니다. 오랑캐의 몸은 스승님과 같지 않사오나 부처의 성품에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대사는 함께 더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좌우에 사람들이 둘러 있는 것을 보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혜능을 보내어 대중을 따라 일하게 하니, 그때 한 행자가 혜능을 방앗간으로 안내해 주었다.

 

 혜능이 방아찧기를 여덟 달 남짓 했을 때, 어느 날 오조가 제자들을 불러 모이게 했다. 문인들이 다 모이자 오조가 말했다.

 '내가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세상 사람은 나고 죽는 것이 크거늘 그대들은 날이면 날마다 공양을 드리며 다만 복전을 구할 뿐, 나고 죽는 고해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대들이 스스로의 성품을 잃고 있거늘 복문이 어찌 그대들을 구제할 수 있겠느냐. 그대들 모두 방으로 돌아가 스스로 잘 살펴보아라. 지혜 있는 사람은 스스로 본래의 성품인 반야의 지혜로서 각기 게송 한 수씩 지어 내게 가져오너라. 내가 그대들의 게송을 보아 만일 큰 뜻을 깨달은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의법을 부촉하여 6대 조사가 되게 하리니, 화급히 서두르라.'

 

 제자들은 본부를 받고 각기 자기 방으로 돌아와 서로 번갈아 말하였다.

 '우리들은 굳이 마음을 써서 게송을 지어 화상에게 올릴 필요가 없다. 신수 상좌가 우리의 교수사이므로, 신수상좌가 법을 얻은 후에 저절로 의지하게 될 터이니 애써서 지을 필요가 없다.'

 그러고는 모두들 마음을 놓고 아무도 감히 게를 올리지 않았다.

 그때 대사의 방 앞 세 간짜리 복도에 능가변상과 오조대사가 의법을 전수받는 그림을 그려 공양하고, 후대에 전하여 기념하고자 했다. 화공 노진이 벽을 살펴보고서 이튿날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상좌인 신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모두들 마음의 게송을 올리지 않는 것은, 내가 교수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일 마음의 게송을 올리지 않으면 오조대사께서 어떻게 내 마음 속의 견해가 깊고 얕은 것을 알 수 있겠는가. 내가 마음의 게송을 오조께 올려 뜻을 밝혀 법을 구함은 옳은 일이지만, 조사가 되기를 바람은 옳지 않다. 도리어 범부의 마음으로 성인의 지위를 뺏고자 함과 같다. 그러나 만일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끝내 법을 얻지 못하리라'

 얼마를 두고 생각했으나 결정을 내리기가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일이다. 마침내 밤 삼경이 되자, 사람들이 보지 않게끔 남쪽 복도의 중간 벽 위에 마음의 게송을 지어 붙여 놓고 법을 구하여야겠다. 만일 오조께서 게송을 보시고 '이 게송은 당치 않다고 나를 찾으신다면, 나의 전생의 업장이 두터워 법에 합당하지 못함이니, 성인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려우므로 내 마음에서 더는 생각지 않으리라.'

 

 신수상좌가 삼경에 촛불을 들고 남쪽 복도 벽 위에 게송을 지어 써 놓았으나,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게송에 이르기를

 

 몸은 곧 보리수요

 마음은 명경대와 같나니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

 먼지가 앉는 일이 없게 하라

 

 신수상좌가 이 게송을 써 놓고 방으로 돌아와 누웠으나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오조대사는 아침에 노공봉 화백을 불러 남쪽 낭하에 능가변상을 그리게 하려다가, 문득 이 게송을 보았다. 읽기를 마치자, 곧 노공봉에게 말했다.

 '나 홍인은 당신에게 돈 3만 냥을 주어 멀리 오신 수고에 깊이 감사하고, 변상은 그러지 않기로 하겠소. 금강경에 말하기를 "무릇 모양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다"고 했소. 차라리 이 게송을 그대로 두어 미혹한 사람들로 하여금 외우게 하여 이를 의지하여 닦아 행하면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법을 의지하여 닦아 행하면 사람들에게 큰 이익이 있을 거요.'

 이윽고 오조대사는 제자들을 불러오게 하여 게송 앞에 향을 사르게 하니, 사람들이 들어와 보고 모두 공경하는 마음이 났다.

 오조대사가 말했다.

 '그대들은 다 이 게송을 외워라. 외우는 사람은 장차 견성하리라. 이를 의지하여 닦아 행하면 타락하지 않으리라.'

 제자들은 모두 이를 외우며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말했다.

 '훌륭합니다.' 

 오조는 이내 신수상좌를 처소로 불러 물었다.

 "그대가 이 게송을 지은 것이냐. 만일 그대가 지은 것이면 마땅히 내 법을 얻으리라"

 신수상좌가 대답했다.

 '죄송스럽습니다. 실은 제가 지은 것입니다. 그러나 감히 조사의 자리를 구함이 아니오니 바라옵건대 화상께서는 자비로 제자를 살펴 주옵소서. 조금은 지혜가 잇는 것이지, 큰 뜻을 안다 하겠습니까?'

 오조가 말했다.

 "그대가 지은 이 게송은 소견은 당도하였으나, 다만 문 앞에까지 이르렀을 뿐 아직도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범부들이 이 게송을 의지하여 닦아 행하면 타락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런 견해를 가지고 위없는 진리를 찾는다면 결코 얻지 못하리라. 

 모름지기 문 안으로 들어와야만 스스로의 본성을 보느니라. 그대는 다시 돌아가 며칠 동안 잘 생각하여 다시 한 게송을 지어 내게 바치도록 하라. 만일 문 안을 들어와서 스스로 본성을 보았다면 마땅히 그대에게 의법을 부촉하리라."

 수상좌는 돌아가서 며칠이 지났으나 게송을 다시 지을 수가 없었다.

 

 동자 하나가 방앗간 근처를 지나며 이 게송을 불러 외웠다. 혜능은 한 번 듣고 이 게송이 아직 견성하지 못하고, 아직 큰 뜻을 알지도 못하는 것임을 알았다.

 혜능이 동자에게 물었다.

 '지금 왼 것은 무슨 게송인가?'

 동자가 대답했다.

 '그대는 아직 모르는가. 대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나고 죽는 생사 대사가 가장 큰 일이니 가사와 법을 전하고자 한다, 하시며 제자들로 하여금 각기 게송 한 수씩 지어 와 바치라 하시고, 큰 뜻을 깨달은 사람에게는 곧 가사와 법을 전하여 6대 조사로 삼으리라" 하셨는데, 신수라고 하는 상좌가 선뜩 남쪽 복도 벽에 문득 무상게 한 수를 써 놓았더니 오조께서 모든 제자들에게 다 외우게 하시고, "이 게송을 깨달은 사람은 곧 타고난 자성을 볼 것이니,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나고 죽는 생사를 벗어나게 되리라"고 하셨다.'

 혜능이 말했다.

 '내가 여기서 방아찧기를 여덟 달 남짓 하였으나, 아직 조사 방 앞에 가보지 못하였으니, 바라건대 선배는 나를 남쪽 복도로 인도하여 이 게송을 예배하게 해 주시오. 그리고 바라건대 이 게송을 외어 내생의 인연을 맺어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고 싶소.'

 동자는 혜능을 인도하여 남쪽 복도에 이르렀다. 혜능은 곧 이 게송에 예배하였고, 글자를 모르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읽어 주기를 청했다. 혜능은 듣고 나서 곧 대강의 뜻을 알았다. 혜능도 또한 한 게송을 지어, 글 쓸 줄 아는 사람을 하나 청해다가 서쪽 벽 위에 쓰게 하여 자신의 본마음을 나타냈다. 본마음을 모르면 법을 배워도 유익할 것이 없고, 마음을 알고 자기 성품을 보면 곧 큰 뜻을 깨닫는다.

 혜능은 게송으로 이르기를

 

 보리는 원래 나무가 없고

 명경도 또한 대가 없다.

 불성은 언제나 청정한데

 어디에 먼지가 있으리요.

 

 다시 게송으로 이르기를

 

 마음이 보리수요

 몸은 명경대라

 명경은 본래 청정하거니

 어디에 먼지가 묻으리요

 

 절 안에 있는 대중들은 혜능이 지은 게송을 보고 모두 괴이하게 여기므로 혜능은 물러나 방앗간으로 돌아왔다.

 오조가 문득 혜능의 게를 보고 곧 큰 뜻을 잘 알고 있음을 알았으나, 여러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하여, 대중들에게 '이 게송도 또한 아직 다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오조는 밤 삼경에 이르러, 혜능을 조사당으로 불러 금강경을 설법해 주었다. 혜능은 한 번 듣고 말 끝에 바로 깨달아, 그날 밤으로 법을 전해 받으니 남들은 아무도 몰랐다. 곧 돈오의 법과 가사를 전하고 말하였다.

 '그대가 육대 조사가 되었으니, 가사로써 신표를 삼아 대대로 이어받아 서로 전하되, 마음으로써 마음에 전하여 마땅히 스스로 깨우치도록 하라'

 오조는 또 말하였다.

 '혜능아, 예부터 법을 전함에는 목숨이 실낱에 매달린 것과 같다. 만일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 그대를 헤치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그대는 모름지기 빨리 떠나도록 하라.'

 혜능이 가사와 법을 받고 삼경에 길을 떠났다. 오조는 몸소 혜능을 구강역까지 전송해 주면서, 헤어질 때 문득 오조께서 당부하였다.

 '그대는 가서 노력하라. 남쪽으로 법을 가져가되, 3년 동안은 이 법을 펴려 하지 말아라. 방해를 받을 것이다. 그 뒤에 널리 세상에 교화하여 미혹한 사람들을 잘 인도하고 마음이 열리게 되면, 그대의 깨달음과 다름없느니라.'

 이에 혜능은 오조와 하직하고 곧 남쪽으로 향해 떠났다. 두 달쯤 지난 뒤에 대유령에 이르렀으나, 모르는 결에, 그 뒤로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쫓아와 혜능을 해치고 가사와 법을 앗으려고 하다가, 도중에 모두 돌아가고 말았다.

 다만 한 스님이 돌아가지 않았는데, 그는 성이 진이고, 이름이 혜명이었다. 그는 과거엔 삼품장군으로서 성품과 행동이 거칠고 포악하여 바로 고갯마루까지 쫓아와 혜능에게 덤벼들었다.

 혜능은 곧 가사를 돌려주려 했으나, 그는 받으려 하지 않고 말했다.

 '내가 일부러 멀리 온 것은 법을 구함이요, 가사나 옷은 필요치 않다.'

 혜능은 고갯마루에서 곧 법을 혜명에게 전하니, 혜명은 법문을 듣고 말 끝에 음이 열렸다. 혜능은 혜명으로 하여금 곧 북쪽으로 돌려보내 사람들을 교화하도록 했다.

 혜능이 이곳으로 와서 머문 것은 모든 관료들과 수도인 속인들과 더불어 오랜 세월 많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가르침은 옛 성인이 전하신 것이요, 혜능 스스로 안 것은 아니다. 성인들의 가르침을 듣기를 원하는 이는, 각기 모름지기 마음을 깨끗이 하여 법을 듣고 나서, 스스로 미혹함을 없애 옛 사람들의 깨달음과 같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