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 뉘앙스

사무엘럽 2020. 12. 12. 15:50

 

나는 나의 다정한 얼룩말:이원 시집, 현대문학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이원 시집, 문학과지성사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문학과지성사 사랑은 탄생하라:이원 시집, 문학과지성사

 

 

 나는 너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달렸다

 입을 벌리면 바보 같았고

 입을 다물면 진흙이 번졌다

 

 뻘 속에서 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열정적이네요

 쇄골까지 들락날락하면서 말이죠

 

 거기까지예요

 사람들이 쭉 뻗은 팔에 달린 손바닥을 세우며 말했다

 손금을 읽어내라는 테스트를 하듯이 말이다

 

 에스카루고라 포르테리오

 너머의 이름을 발음해봐

 느슨해진 너의 입술을 움직여서

 

 어깨를 아가미처럼 들썩이며 나는 말했다

 

 매너란 말이죠

 손바닥 세우는 동작을 한 번 더 반복하더니

 유리문으로 사람들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나는 너를 놓치고 싶어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매일 달렸다

 그림자가 그토록 말리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리고 몇 생에 육박하는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어떤 언덕 앞에 갑자기 멈추게 되었다

 - 사실은 절벽이었다 놀랍게도 봄이었다 - 

 똑같은 색으로 부들부들 떨고 잇는 내게 네가 말했다

 - 절벽 아래로 목이 꺾였고

 여전히 먼 곳의 풍경이 보인다는 듯이

 이마에 손차양을 드리우고 있었다 -

 

 어제 새로 산 반지야

 

 투명부터 끼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