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최문자 - 흰 줄
사무엘럽
2020. 12. 9. 13:08
언제나 하나님은 강 건너편에 서 있었다
저 멀리 나와 떨어진 곳
지익 눈부신 흰 줄 한 줄 긋고 서 있었다
흰 옷자락 여기저기 어떤 얼룩들
운 적 있다
오래 울어 본 흔적이다
갑자기 오후가 가도
그대로 서 있다
실컷 찔리고 싶은 나무 한 그루와 함께
나는 언제나 드러눕고 싶은 양 한 마리
하나님과 묘한 직각을 이룬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양은 사실 내 몸에 없는 색
세상에도 없고 싶은 색
나의 죄들은 노랗고 빨갛고 진분홍
가을 끝판인데
날마다 몸에서 꽃향기가 났다
거짓말에서 잠시 나는 냄새
아파도 아프냐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초겨울
강을 건넜다
12월
가슴도 손도 힘껏
그분의 등 뒤에서
몰래 흰 줄 한 줄 긋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