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자 - 사이

사무엘럽 2020. 12. 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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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낱말이 홀로 내는 소리를 듣는 것

 물론 황홀하지

 비 내리는 저녁 

 번지는 마음이라면

 당신을 이해하는 데 꼭 띄어쓰기를 해야 할까?

 

 띄어 쓸 때마다

 우리는 별들을 잃었다

 별과 별 사이

 떨어져야 할 곳에

 별의 더 어린 알들이 잠들어 있었지

 

 누군가

 정수리 근처에다 V표를 친다

 나는 당신의 다음 행, 다음 페이지, 끝내 책 표지 바깥으로 훌쩍 밀려나고

 당신의 낱말과 나의 말들은 무수히 감각을 잃는다

 어느 하루

 누구를 이해하는 데

 꼭 아픈 자의 발목을 자르고 홀수의 감각을 만들고 얼음이 되어야 할까?

 

 우리는

 모두 알 듯 말 듯한 문장

 

 느낌은 

 느낌 모두가 마음이라서

 가득하다면

 잎이 달린다

 

 이 겨울

 단추를 풀면

 말의 과적으로 우리는 비틀거리고

 가슴은 새의 유적지처럼 비밀로 가득 찰 것이다 

 

 

 2

 신발을 신 발이라고 띄어 쓰고 싶다

 

 가고 싶은 곳을 데려다주지 못하는 무능함과

 슬픈 곳에서만 벗겨지는 난처함을

 비행하고 싶은 발에다

 바싹 붙여 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