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최문자 - 2014년
사무엘럽
2020. 12. 8. 10:48
2013년 다음에 2015년이었으면 좋겠어
오늘도 어김없이 건초 더미 사이로 2014년이 보인다
2014년의 허리는 푹 패여 있다
죽음의 지푸라기가 날리고
때때로 깊어진다
오래된 우물처럼
집에 돌아왔을 때
남자는 죽어 있었다
삶과 죽음 어느 것이 더 무서운가
죽음은
죽자마자 눈을 더 크게 떠야 할 삶이 기다리고 있다
남자는 뭉텅뭉텅 사라지는 중이었고
나는 왼쪽 폐 반을 자르고
진통제 버튼을 계속 누르다가
살아나는 게 무서워 함부로 하나님을 불러냈다
매일매일
새까만 풀씨가 날아와
물에 젖고
차가운 흰 꽃이 피고
미숙하고 슬픈 기사처럼 함부로 시계 바늘을 돌렸다
절벽과 산맥을 넘다 밤늦게 돌아와 미래가 적힌 달력을 찢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