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 아파서 빛나는 것들

사무엘럽 2020. 12. 3. 09:23

 

문학수첩)오늘의 냄새 : 이병철 시집 (시인수첩 시인선 10) [새미]원룸속의 시인들 - 새미비평신서 22, 새미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이병철 산문집, 산지니 낚 ; 詩 : 물속에서 건진 말들, 북레시피

 

 

 하얀 방에서 얼룩진 알몸을 안았다

 아파서 빛나는 것들을 사랑해

 디아나의 수술 자국에 속삭였다

 흉터는 바벨에서 추락한 최초의 입술

 온갖 기의로 부풀고 오그라드는 행성

 나도 너처럼 아프게 될 거야

 소금과 햇살, 뜨거운 바람

 하얀 것들이 쏟아졌다

 이불은 구겨지면서 겨울 숲이 되고

 자고 나면 없는 사람처럼 아프고

 다른 계절이 되어버린 디아나와 나는

 환자복을 입고 흉터를 감추고

 하얀 방에서 나와 해변을 걸었다

 여름을 걸으며 금방 열이 올라

 다시 알몸으로 이불에 엎드려

 수술 자국과 입술의 서로 알 수 없는 언어

 첫눈 밟는 소리로 한참을 속삭였다

 손톱과 무릎이 하얘지고 

 솟아오르는 모든 끝들이 끝을 버릴 때까지

 디아나의 얼룩이 내 입술로 옮겨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