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병철 - 나자르 본주
사무엘럽
2020. 12. 3. 09:08
죽어본 적 없는 네가 죽음의 온도를 내게 내밀 때 발가락부터 턱밑까지 얼음이 얼었지 뺨을 바닥에 대고 눈꺼풀로 헤엄치면 오직 한 가지 병만 앓을 수 있었네 약속을 구걸하는 얼굴, 마두금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통증의 동심원으로 저녁을 빨아들였어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것들이 내일의 바다를 미리 끌어와 더럽힌다 푸른 홍채에 소용돌이치는 낯선 조류를 어떻게 감당하지? 시선을 고정시키면 하나의 상만 볼 수 있는데, 동공에서 심해의 물소리가 난다
누워서 너를 지켜본다
지구에 떨어진 최초의 빗방울 같은 각막으로
어떤 날카로운 빛도 나를 통과해 네게로 굴절될 수 없다 깜빡이고 나면 네가 없을까 봐 오랫동안 악귀의 몸을 빌려야 했던 나의 불치, 죽지 않을 만큼의 병명들로 서로를 부르던 어제의 착란
눈을 떴는데 네가 보이지 않아
오늘은 아무것도 보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