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유지소 - 완주
사무엘럽
2020. 12. 1. 20:47
또 한발 늦었습니다
자기 장례식에도 늦을 놈, 오늘 드디어 그놈이 되고 말았습니다
엔틱플라워 사장님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무릎이 툭 튀어나온 골덴 바지를 입은 사장님이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삼단 근조 화환을 들고 나보다 먼저 도착했습니다
나는 마지막 코너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말과 함께, 아니 달리는 말 위에서 말보다 빨리 달리고 있었습니다
달려라 달려 달려 무릎이 꺾인 말과 함께, 터져 버린 심장을 안고 번개처럼 달리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오오오,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일어섰습니다 누군가는 내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나를 위해 꽃을 주문하고 누군가는 나 때문에 약속을 취소하고
나는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찡긋 웃어 주었습니다
곧 첫눈이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미안한 일이지만 모두가 기대하는 첫눈이여, 그대가 나보다 한발 더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