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유지소 - 할머니 찾아가기
사무엘럽
2020. 12. 1. 08:15
첫째 할머니는 내일 같은 내일이 오거나 말거나
거기서 거기인 골목입니다
거울 모자를 눌러쓴 신사가 모자를 벗지 않은 채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하며 지나갑니다
눈이 없습니다
둘째 할머니는 사랑하는 사람도 증오하는 사람도
거기서 거기인 마을입니다
빨간 풍선을 든 계집아이들이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탱자 가시를 땁니다
금성과 수성으로 수출합니다
셋째 할머니는 벚꽃이나 장다리꽃이나 눈물 나기는
거기서 거기인 벼랑입니다
뿔은 없고
등과 꼬리에 지느러미가 달린 수사슴이
벼랑 끝에 누워 낮잠을 잡니다 개미도 같이 잡니다
잠이 나에게 옵니다 조총을 든 군인처럼 옵니다
불행하게도 나는 차렷 경례 바로가 아닙니다
넷째 할머니는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우습기는
거기서 거기인 해변입니다
역시 빵입니다 빵 냄새를 따라가면 빵 가게가 나옵니다
너무 길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바게트가 나옵니다
다섯째 할머니를 찾습니다 내일 아침에 눈 떴을 때
정말로 내일 아침이 되어 있으면
나는 비로소 다섯째 할머니입니다 아닙니다
나는 영원히 다섯째 할머니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