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소 - 0.5°C

사무엘럽 2020. 11. 30. 13:18

 

이것은 바나나가 아니다, 파란 제4번 방, 천년의시작 셰익스피어 헤어스타일, 호밀밭 순진한 짓, 사문난적

 

 

 1. 실수의 온도

 

 태초에 남자의 체온은 18°C였다 태초에 여자의 체온도 18°C였다 태초의 남자와 태초의 여자가 태초로 몸을 합해서 태초의 아기를 만들었는데 그 아기의 체온은 36.5°C였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18 더하기 18은 36이 분명한데...... 어디서 0.5의 불순물이 섞였던 걸까..... 어쩔 수 없이 그들은 태초의 실패작을 내다 버렸다 태초의 실수였다 그들은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했다 태초의 실패작 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를

 

 2. 두려움의 온도

 

 태초의 버림받은 이 기억 때문에 또다시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오늘날도 아기들은 태어나는 순간 심하게 운다

 간혹 울지 않는 아기도 있는데 울지 않으면 의사들이 아기의 엉덩이를 때려 준다 의사들은 태초의 기억을 살려 주는 것도 자기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3. 호기심의 온도

 

 오늘도 여자들과 남자들은 지구 곳곳에서 몸과 몸을 포갰다가 뗐다가 마음과 마음을 합쳤다가 쪼갰다가, 생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태초에 태초의 그 불순물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 불순물이 도대체 뭐길래 사랑하다 이별을 하면 심장이 얼어붙거나 영혼에 오한이 드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