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규 - 아침의 한 잎사귀

사무엘럽 2020. 11. 29. 18:29

 

공중을 들어 올리는 하나의 방식:송종규 시집, 민음사 당신이라는 호수 민음사 녹슨방

 

 

 꽃을 줄 걸 그랬네, 별을 줄 걸 그랬네.

 

 손가락 반지 바닷가 사진기 비행기 표, 너에게 못 준 게 너무 많은 뜨거운 날도 가고

 낙타 사막 비단길 안나푸르나 미니스커트 그리고 당신, 가지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겨울도 지나가네

 

 현을 줄 걸 그랬네, 바이올린을 줄 걸 그랬네,

 

 순록의 뿔 구름의 둥근 허리 설산의 한나절, 그리고 고봉밥

 아랫목 여객선 크레파스 세모난 창, 너에게 못 준 게 너무 많은 아침의 호숫가에서

 

 말들이 튀밥처럼 싹을 틔울 때, 나는

 시리고 아픈 세목들을 받아서 적는다네 손가락이 아프도록 쓰고 또 지운다네

 

 너에게 주고 싶은 한 우주, 이 싱싱한 아침의 한 잎사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