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명 - 사막 정원

사무엘럽 2020. 11. 9. 20:05

 

쇼펜하우어 필경사, 천년의시작

 

 

 모두 털려 그늘이 없다

 죄를 양식하는 뒤는 모르는 걸로 한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해 주세요

 펄럭이며 노래하는 모래 언덕

 건조대 위에 널려 있는 옷가지들

 얼룩을 털고 있나

 애인을 털리고 있나

 모양이 다른 그림자는

 모래알이 발성하는 뜨거운 전능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들려주는 뼈 시린 피리 소리를

 알고도 눈감은 척

 척을 버렸다

 가벼워졌다

 빈 가방이 무거워졌다

 그늘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걸까

 나는 성스럽게 투명한

 투명한 반란에 갇혀

 오래된 저녁까지 살기로 했다

 

 비가 오면 사막은 증발해 버릴 거다

 태양이 수거해 간 염문은 후렴이 사라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