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녀 - 귀환

사무엘럽 2020. 11. 27. 11:26

 

양들의 사회학:김지녀 시집,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 (마스크제공), 단품 시소의 감정, 민음사

 

 

 나의 공기는 무수하고 아름다워

 나의 공기는 파랗고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금속 같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지만

 내가 살아 있기 전부터 떠돌고 있는

 태어났으나 죽어 있고

 상상력이 없지만 결코 죽지 않는

 신비롭고 끈끈한

 공기

 공기의 피

 전령처럼 나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달려오는

 뒷굽이 다 닳은

 시간

 그래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어떤 색으로도 물들 수 있고

 하얀 셔츠에 달라붙어 새까만, 나의 공기는

 닿자마자 녹아버리는 눈송이

 가볍지만 가벼워서 믿을 수 없다

 혼자 늦은 점심을 먹고

 오래된 의자 옆에서 산책을 즐기는

 개의 시간, 모두가 장님이 되어가는 시간

 손뼉을 칠 때마다

 번쩍번쩍하는

 공기

 공기의 빛

 무수하고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