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지녀 - 하얀 방
사무엘럽
2020. 11. 26. 22:58
빛이 조금 부족하지만 괜찮다, 이 방
월요일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나고 목요일부터는 빈 방
수족관이 없고
물레방아에서 피어오르는 기포들, 작은 호흡이 없지만
수초들처럼 우리는 천천히 흔들릴 줄 안다
입으로 숨 쉬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숟가락으로 수박을 파먹으며 달다, 달다
씨앗을 뱉으며, 검은 것들은 이 방에서 크게 도드라진다
우리는 흰색을 좋아했다
흰색 속에는 초록색이 있고
초록색 속에는 거울이 많았다
우리는 자주 모여서 소화시키는 연습을 했다
자고 일어나면 입천장이 말라 있었다
기침을 하면서 깨어나지만 괜찮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방, 삼십 년째 미지근한 것이 믿음직스럽다
고기를 많이 먹어서 우리는 배가 아프고
수박을 좋아하지만 목요일부터는, 빈 방
월요일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나고 목요일부터는 강낭콩 싹처럼 모르는 사람이
이 방을 뚫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