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녀 - 오늘의 체조

사무엘럽 2020. 11. 26. 22:51

 

양들의 사회학:김지녀 시집,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 (마스크제공), 단품 시소의 감정, 민음사

 

 

 걸어도 걸어도 똑같은 나무가 줄지어 선 곳

 위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매달려 외롭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하루에 세 번 밥과 약을 꼭꼭 챙겨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곳엔 이름 모를 병이 많고

 설명할 수 가늠할 수 없는 아픔이 많다

 갑자기 잠에 빠져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이곳은 겨울, 아프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체조는 혈액순환에 좋은 배 두드리기

 팔과 다리를 가장 멀리까지 뻗어보기

 심장이 뜨거워졌습니까

 팔과 다리가 길어져 당신을 안아주었습니까

 그러나 구름처럼 뭉쳤다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로, 곧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

 부드럽게 사라지는 눈을 밟으며

 나쁜 소식이 무성한 쪽으로

 끼니를 거르고 분주한 쪽으로

 사람들이 걸어간다, 남쪽에서 온 여행자에게

 눈 내리는 거리는 신선하고

 밤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겠지만, 여기는

 떠나온 곳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새벽이 되는 곳

 밤이 밤으로 계속되는 곳

 내일은 숙면을 위한 체조를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