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지녀 - 다리가 두 개인 의자
사무엘럽
2020. 11. 26. 21:35
의자는 지칠 줄 모른다 발목으로 바닥을 짚어도 넘어지지 않고, 발목은
긍정적이다 굴러 오는 공을 잡지 못해 의자는
새삼스럽게 꼬리가 갖고 싶다, 꼬리의 힘으로 몸을 움직일 때 상상은
길어지지만 시멘트처럼 뼈들은 금세 굳어간다
앉아 있는 법을 배우고부터 의자는 얌전하다
재촉하는 법이 없다
당신이 오래 앉았다 간 후, 급격히 말수가 줄고
너무 시든다, 비를 맞아도 살아나지 않는 마음이 봄 잔디처럼 번져간다
의자는 모든 의자를 연결하고 싶다, 바닥과 바다와 바위와 바람을
무릎 위에 앉혀두고 놓아주고 싶지 않다, 의지는
무릎과 무릎을 붙이고 하나의 침대가 되어 어두워진다,
어두워진다를 반복하며 밝아오는 태양, 아침은
지칠 줄 모른다, 잔디가 파랗게 번진다
공이 굴러간 쪽으로, 의자가 걸어간다 아니
방향을 틀어 이쪽으로 온다
보폭을 넓히고
낮이나 밤이나 의자인 것처럼 의자는, 꺾인 관절을 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