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지녀 - 모자 위에 모자
사무엘럽
2020. 11. 26. 21:28
이러다가 무너지겠어
북극의 빙하처럼, 배고픈 얼굴
손이 닿지 않는다
언제부터 거기에 서 있었니? 너의 모자 속에 왜 내가 들어가 있니?
선반 위에, 벽 위에, 생각 위에, 층계를 쌓고
올라가는 사람 한 발씩,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사람
무엇이 녹고 있니?
첫번째 얼굴
너의 이름에는 안개의 뉘앙스가 있다
썩어가는 과일의 내부처럼, 끊어낼 수 없이
자라나는 힘이 있어
얼굴에 얼굴을 비비고
혀를 대보면, 너는 식어가고 있구나
머리칼이 딱딱하게 굳어간다
손이 닿지 않는다
무얼 감추고 있는 거니? 언제까지 거기에 서 있을 거니?
모자를 쓰고
모자 위에 모자를 쓰고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