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호 - 형

사무엘럽 2020. 11. 25. 14:52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홍지호 시집, 문학동네

 

 

 형이 부르던 노래를 불러

 무엇인가 살아나는 기분이야

 

 노래들이 날씨를

 왜 그렇게 추웠는지를 설명해주지 않지만

 기억나게 한다

 

 형이 좋아하던 날씨를 지날 때

 그곳에도 날씨라는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어

 

 섬에서 섬으로

 전해지던 노래를 형은 가르쳐주었지

 

 노래를 부를 거야

 노래가 아니라

 노래를 가르쳐준 사람이 형이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게

 

 섬을 섬으로 만드는 것은 바다와

 또다른 섬

 

 형과

 형의 동생

 

 다음에 만나면 내가 형으로 태어날게

 

 형이 흘리는 눈물과

 동생이 흘리는 눈물의

 모양이 다르고

 

 형은 형을 살고

 동생은 동생을 살고

 

 누구나 무엇을 모르는 채로

 무엇을 살잖아

 

 노를 젓는 동생들은

 이제 안다

 

 섬을 위한 노래는

 섬과 섬 사이

 바닷길을 위해 불려야 한다는 것을

 이제 알지만

 

 아무리 다시 불러도 노래는 자꾸 끝나고 

 형

 형

 

 누군가 나를 형이라고 부를 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