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황유원 - 해성장
사무엘럽
2020. 11. 22. 20:24
기러기 떼 한 번 날 때마다 호수는
기러기들이 떼로 빠뜨린 그림자들로
시커멓게 속이 상할 텐데
얼마나 더 많은 그림자를 빠뜨려야 그것은 마침내
썩어 빠지고 말는지
호수를 통과하면 거대한 대숲이 나오고
대숲은 바람이 한 번씩 속을 뒤흔들 때마다
밤새 찬술로 속을 다 버릴 텐데
바람이 몇 번이나 대숲을 통과해야
그것은 고요해질는지
우르륵 패,
우르륵 패,
자꾸 입을 헹궈 내도 썩고 마는 이
새벽의 화장실
타일의 검은 추위 속에서
얼마나 고요한 돌처럼 던져져야
애써 잠든 척, 누워만 있던 호수는
정말 잠에 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