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원 - 해성장

사무엘럽 2020. 11. 22. 20:24

 

밀크북_2 세상의 모든 최대화, One color | One Size@1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 황유원 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14)[ 양장 ] 예언자, 민음사 일러스트 모비 딕 슬픔은 날개 달린 것:맥스 포터 장편소설, 문학동네

 

 

 기러기 떼 한 번 날 때마다 호수는

 기러기들이 떼로 빠뜨린 그림자들로

 시커멓게 속이 상할 텐데

 

 얼마나 더 많은 그림자를 빠뜨려야 그것은 마침내

 썩어 빠지고 말는지

 

 호수를 통과하면 거대한 대숲이 나오고

 

 대숲은 바람이 한 번씩 속을 뒤흔들 때마다

 밤새 찬술로 속을 다 버릴 텐데

 

 바람이 몇 번이나 대숲을 통과해야

 그것은 고요해질는지

 

 우르륵 패,

 우르륵 패,

 자꾸 입을 헹궈 내도 썩고 마는 이

 새벽의 화장실

 타일의 검은 추위 속에서

 

 얼마나 고요한 돌처럼 던져져야

 애써 잠든 척, 누워만 있던 호수는

 정말 잠에 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