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원 - 돌고래시
국가대표 수영 선수가 헤엄쳐 가다 빠져 죽으려면
아주
아아아주 긴
강이 필요하겠지
그대에겐 그만큼 깊은 바다를
범고래 대왕고래 향유고래
무리를 지은 술고래 떼의 향방
시 함량이 제로인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토하는 헛것
고래고래 신나게 고함이나 칠 줄 알았지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분수 하나 만들어 낼 줄 모르고
여기 돌고래시가 나가신다 다들 길을 비켜라
읽고 있는 너도 비키고
쓰고 있는 나도 비켜라
숨을 안 쉬는 시와
숨도 안 쉬는 시의 격차처럼
다이빙 위스키 보드카
나는 길바닥에 내 몸뚱아리만 한 바다를 그리고
그 안으로 뛰어들어 본다
공중에서 몇 번이고 몸을 뒤틀며
삐익삑삑 삐삐삐삐
일제히 뛰어들어
일제히 빠져들어
이건 시가 아니야 돌고래 수프 레시피지
더 푸른 맛으로 미끄러지기 위한
끼익삐익 뺘아아악
볼품없는 형태로부터
희미한 유선형에 이르기 위한
볼륨은 최대한 0에 가깝게
우리들의 말 사이가 좀 더 가까워지게 더욱 더 빠르게
돌고래의새벽, 새벽의영혼, 영혼의돌고래
다이빙 다이빙
푸르르르르 휘이이이잉
돌고돌고돌고도는돌고래쇼
그 바그너적 돌진 속으로 나는
밀어 넣는다
돌고래를 몇 마리고 네 몸속으로
숨도 안 쉬고 풀어놓는다
돌고래들이 네 몸속에서 몇 번이고 몸을 뒤틀게 하고
다시 다이빙 다이빙
하양과 파랑
더 넓은 밖으로
더 깊은 아래로
엄청나게 멍청하고 명징한 속도로
삐이삐이 뺙뺙뺙뺙
돌진하는 운동에너지
첨벙하는 위치에너지
이제 나는 거의 하늘에 가까운 것이 되어 간다
구름과 하늘이 대량으로 녹아 있는 밑바닥
더 이상 흙이 묻지 않는 발바닥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 0mm
돌고래의섹스, 섹스같은돌고래, 돌고래가되어가는섹스
바다는 이제 어제의 바다가 아냐
내면은 나날이 증발하고 잇는데 수족관의 물이 어제보다 증가한 이유
우리 모두가 그저 관상용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 버려서
그때 당신이 모두 흘리고 나온 눈물
끝도 없고 끝없이 맑은
당신은 당신 안으로 들어가 놀아 본다
당신은 당신 안으로 어뢰를 발사해 본다
우주와도 같은 것
칼로 돌고래 고기를 썰어 먹으며
돌고래 사체를 4분의 3박자에 억지로 쑤셔 넣고선
끌고가 본다
끌려
들어가 본다
더 넓은 아래로
더 깊은 밖으로
마침내 돌과 고래로 분해되어
돌처럼 가라앉고
고래처럼 퍼져나가는 단일한 외침
삐익삑삑 후르르르르
부디 그대의 사체가
무병장수하고
만수무강하기를
다시 돌고래로 합쳐진 돌과 고래가
일필휘지로
화선지 밖까지
뻗어 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