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 불국토의 청정
서설
다음과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은 바이샬리 시의 아무라팔리 원림 속에서 8천 명 비구의 큰 집단과 함께 계셨다. 이들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이며 누가 다 없어졌고, 번뇌를 버리고, 자재로운 힘을 갖추어 그 마음은 완전히 자유롭고, 지혜도 자유롭게 움직이며, 높고 귀한 가문에 속하여 큰 코끼리와 같고, 해야 할 일 해야 할 의무를 다했고, 맡은 바 무거운 짐을 이미 내렸고, 자기의 목적을 완수했고, 존재와의 결박을 없애버렸으며, 바른 앎에 의하여 마음이 자유롭고, 마음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장 높은 능력을 완성한 사람들뿐이었다.
또 거기에는 3만 2천의 보살들도 있었다. 그들은 뛰어난 앎의 소유자들로서 널리 알려진 보살대사들이었다. 대신통의 수행에 의해 이미 완성의 경지에 이르렀고, 불타의 힘에 의하여 이룩된 사람들이며, 법을 지키는 성의 수호자이며, 정법을 지니고 대사자후의 소지자요, 그 이름은 시방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나아가 모든 사람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며, 삼보의 맥을 끊는 일이 없이 길이 빛나게 하고, 악마와 적대자를 항복시키고, 수많은 외도 정염과 이지와 이해와 삼매와 다라니와 변재를 완성하여 모든 장애뿐만 아니라 그 장애의 원인까지도 이탈하여 장애가 없는 해탈에 안주하며, 변재는 멈춤이 없고, 보시와 계를 지키며, 인내력이 있고, 정진 노력하여 선정을 닦았고, 최고의 앎을 다하여 방편수단에 능하여 원을 굳혔고, 선을 행하는 능력을 갖추었고, 또 신통의 앎을 갖춘다고 하는 10종의 바라밀다에 의해 완성되었다. 참존재는 지각을 초월하여, 본래 불생이라고 하는 인을 가졌고 불퇴전의 법륜을 굴리며, 무상의 인으로 찍혀지고 모든 중생의 근기를 잘 알고 있으며, 어떤 모임에 있어서도 남에게 굴복당하는 일이 없이 자신을 가지고 제압하고, 깨달음에의 자재가 되는 덕과 지혜를 크게 모아 온갖 상호로써 몸을 꾸미고, 최묘한 아름다운 모습을 가져 세상의 장신구는 쓸 필요가 없다.
수미산 꼭대기가 높은 것만큼 그 명성도 높고, 그 깊고 견고한 믿음은 금강과 같았다.
불 법 승에 대한 불괴의 믿음을 품고, 법의 보배로 두루 온갖 것을 다 비추고, 감로의 비를 내리며, 모든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와 음성보다 더 아름다운 말의 소지자이다.
깊은 연기의 도리를 잘 이해하며, 혹은 유한 혹은 무한이라고 생각하는 관습의 고삐도 모두 끊고, 법을 설할 때 사자후와 같이 두려움 없이 자신만만하며, 강설을 하면 천둥치고 벼락치는 것과 같고, 대비와 대비 없는 것을 함께 넘어, 법의 보물인 지와 덕의 자제를 모아 갖고 있는 모습이 뛰어난 상대장과 같다.
똑바르고 고요하며, 미세하고 유화하며, 그리고 보기도 이해하기도 곤란한 법의 본연의 모습에 통효하여, 중생들이 오고가는 것과 그 바라고 찾는 것을 이해하는 지를 가지면, 불타의 비교할 바 없는 지혜에 인도하는 관정을 가지고 관장되며, 열 가지 지혜의 힘과 네 가지의 두려움이 없는 자신, 그리고 열여덟 가지의 불타가 지니고 있는 뛰어난 법 등에 대해 깊은 결의를 품고, 악취에 대한 공포나 그곳에서의 재앙에 대한 온갖 공포를 뛰어 넘어, 자기 의지에 좇아 존재의 세계로 태어남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의왕 중의 대의왕으로 모든 중생에 대한 조련의 방도를 알고, 온갖 중생의 번뇌의 병에 모두 달통하여 알맞게 법의 약을 배합 조제하며, 무한의 공덕을 낳는 창고가 되어 무량의 공덕을 가지고 불국토를 빛나게 하는 사람으로서, 그를 만나고 그에게 듣는 사람은 모두 이익을 입게 되며, 그에 대해 일하는 것은 절대로 헛되지 않다. 비록 무량한 백천 코티 나유타의 겁을 두고 덕을 찬양하더라도 그 무한한 덕의 흐름은 다하기 어렵다.
곧 이들 보살의 이름은 등관, 등부등관, 정신변왕, 법자재, 법당, 광당, 광엄, 보장엄, 대장엄, 변봉, 보봉, 보수, 보인수, 상하수, 상거수, 상연경, 상희근, 상희왕, 천왕, 원에 서서 피안에 이르는 무굴변, 허공장, 집보거, 용자보, 보환희, 보길상, 제망, 광망, 무장정려, 혜봉, 보시, 괴마, 뇌천, 현신변왕, 보상등엄, 사자후, 산상격왕, 향상, 대향상, 상정진, 불사선액, 묘혜, 묘생, 연화승장, 연화엄, 관자재, 득대세, 범망, 보장, 승마, 엄토, 주보개, 금계, 주계, 자씨, 묘길상, 보살 등 3만 2천의 보살들이다.
또 아소카 세계의 사대주로부터 온 시킨 범왕 이하 1만의 브라흐마 신들이 세존을 뵙고 예배 공양하여 설법을 듣고자 이 모임 속에 모여 있었다.
또 사대주의 각처로부터 1만 2천의 샤크라가 이 모임에 모여 있었다.
또 큰 위력이 있고 그 이름이 높은 브라흐마와 샤크라와 호세와 천 용 야크샤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도 또 이 모임에 모여 있었다. 마찬가지로 사부의 대중으로서 비구 비구니 재속의 남자와 여자들도 거기에 모여 있었다.
석가모니의 설법
이리하여 세존은 공덕의 근원인 사자좌에 앉아 백천의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그 가운데에서 설법을 했다. 그것은 마치 산의 왕인 수미산이 바다 가운데 우뚝 솟아 서 있는 것 같아서,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을 덮고, 혁혁하게 빛나 번쩍이며, 위엄 있는 모습으로 사자좌 위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 리차비족의 청년으로 보장이라고 불리는 보살이 있었다. 그는 리차비족의 5백 명 가량의 청년들과 함께, 일곱 가지 보석으로 장식된 산개를 가지고 바이샬리 시로부터 찾아왔다. 세존이 계신 아무라팔리 동산으로 와서,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고 예배하고, 일곱 번 세존에게 바친 다음 한쪽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들 5백의 산개는 금시 불타의 위신력에 의해 나의 큰 보개로 되었고, 그것이 삼천대천세계를 둘러쌌다. 삼천대천세계의 크고 넓은 것이 모두 이 큰 보산개 속에 나타나, 이 삼천대천세계 속에 있는 산의 왕인 수미산과 설산 무치린다 산, 대무치린다 산, 향산, 철륜산, 대철륜산 등 그들 전부도 이 보산개 속에 나타나 있다. 또 그 안에 있는 모든 큰 바다 호수 늪 못 강 흐름 샘 등도 모두 그 속에 나타나고, 또 모든 일궁 월궁 성신 천궁 용궁 야차샤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의 궁전, 사대왕이 사는 곳, 그 마을 읍내 시골 국토 왕궁 등도 모두 이 대보개 속에 나타났다. 시방세계에서 많은 불타 세존의 설법이 행해지고 있는데, 이 또한 이 하나의 대보개로부터의 소리로 들려온다.
이리하여 이같은 세존의 대신통력을 보고, 이 모임에 온 사람들은 모두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경탄하며 만족을 느껴, 마음이 높아지고 기쁨에 차 있었다. 그들은 환희하며 희열을 느껴, 여래를 우러러보면서 눈을 잠시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보장의 찬가
그때 리차비족의 청년인 보장은 세존의 이같은 대신통력을 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세존이 계시는 쪽을 향하여 합장하며 다음과 같은 시송으로 세존을 찬송했다.
1) 연꽃잎처럼 깨끗하고 고운 넓은 눈을 가지고 그 마음은 깨끗하게 맑아 이미 피안에 이르렀고 선행을 쌓아 그 공덕의 바다는 헤아려 알 수가 없습니다. 사문으로서 평화의 길을 이끄시는 당신에게 정례합니다.
2) 인간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존재이신 당신이 사람들을 인도하기 위해 베푸신 신통력을 뵈올 때, 선서의 무량한 국토가 모두 그 곳에 나타나 있습니다. 또 당신이 말씀하신 불사로 인도하는 위대한 법의 말씀, 그것들도 다 이 산개의 허공 속에 나타나 있습니다.
3) 당신의 이 가장 높은 법의 왕국은 법으로써 통치되며, 이렇게 통치하여 사람들에게 법이라는 재산을 줍니다. 존재로서의 모든 법을 잘 분별하고, 최고 진리를 말하며, 법에 있어서 자재로우며, 법왕이신 당신에게 정례합니다.
4) 세계는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그리고 현재 존재하는 모든 법은 모두 무언가의 인에 의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나도 없고 감수자도 행위자도 실체로서는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좋은 행실도 나쁜 행실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당신은 말씀하십니다.
5) 현명하고 힘이 있는 당신은 마군의 대적을 보리수 밑에서 정복하여 적정이며 없어짐이 없는 최고의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그 경지에서는 느껴 받는 일도 없고 마음과 뜻이 움직이는 일도 없습니다. 그것은 천박한 이교도에게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6) 신들도 사람들도 경탄할 법왕이 세 번에 걸쳐 설법하시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그것은 온갖 형태를 가지나 극히 적정이며 본래 청정합니다. 이같이 설법하셨을 때, 삼보도 이 세상에 나타난 것입니다.
7) 당신이 법보를 가지고 사람들을 교화하실 때 그들에게는 고민하며 생각하는 일이 없어지고 영구히 안온한 사람이 됩니다. 당신은 참으로 생로병사의 불안을 고쳐 주시는 최고의 의원이십니다. 바다처럼 무한한 덕을 갖춘 당신에게 정례합니다.
8) 비록 정중히 존경을 받을지라도 그것에 부동인 것은 수미산과 같으며, 계를 지키는 사람에게도 계를 깨뜨린 사람에게도, 다 같이 자애로써 임하고, 평등하게 서서 마음은 대공처럼 넓습니다. 사람들 중 이 보물에 대해 누가 존경하지 않으리오.
9) 대모니여, 이 모임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당신의 얼굴을 지극히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우러러보며, 승리자가 자기 앞에 나와 계신 줄로 생각합니다. 이것이 승리자에게서만 볼 수 있는, 불타의 특유한 모습인 것입니다.
10) 세존에 의해 한 마디 전해진 데 불과했을 때도, 모인 사람들은 각자가 그 말을 자기 방언으로서 따로따로 이해할 수가 있고 자신이 알아들은 뜻에 따라 이해합니다. 이것이 승리자에게서만 볼 수 있는 불타의 특유한 상입니다.
11) 불타에 의해 한 마디 전해진 그것에 의해, 어느 사람은 더러운 것에 물들고, 어느 사람은 깨달음을 얻고,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의심도 도사에 의해 가라앉게 됩니다. 이것이 승리자에게서만 볼 수 있는 불타의 특유한 모습인 것입니다.
12) 십력을 가지고 사람을 인도하시며, 용기에 넘치고 있는 당신에게 정례합니다. 4종의 두려움이 없어지고 두려움을 떠나 있는 당신에게 정례합니다. 18종의 특유한 성격을 맑게 보이시고 모든 사람들을 이끌어 주는 손인 당신에게 정례합니다.
13) 이 세상의 생에 붙들어 매는 족가를 끊은 당신에게 정례합니다. 강 저쪽 언덕에 닿아 이미 대지로 올라 서 있는 당신에게 정례합니다. 이미 윤회의 길에는 멈춰 있지 않은 당신에게 정례합니다.
14) 비록 세상 사람들과 함께 걷고 함께 만나도 마음은 세상의 것으로부터는 모두 해탈해 있습니다. 마치 물에 난 깨끗한 연꽃이 물에 더러워지는 일이 없는 것처럼 현자라는 연꽃은 진흙을 빠져 나와 공성을 실천합니다.
15) 모든 것의 상을 생각하는 것을 완전히 떠나, 당신은 어느 것에 대해서도 벌써 원하고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불타의 위력이 큰 것은 헤아려 알 수 없는 일로서 대공처럼 어느 것에도 주착하는 일이 없는 당신에게 나는 정례합니다.
불국토의 청정
리차비족의 청년인 보장은 이같이 세존에 대한 찬가를 드린 다음, 세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리차비의 아들 5백 명 젊은이들은 모두 무상하고 완전한 지혜에 도달하고 싶다고 발심하였습니다. 그들은 또 보살들이 불타의 국토를 깨끗이 하는 것이 어떤 것이냐고 내게 물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이들 보살들이 불국토를 깨끗이 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부탁을 받은 세존은 "좋다"고 대답하였다.
"보장이여, 불국토를 깨끗이 한다는 것에 대해 그대가 여래에게 질문을 한 것은 대단히 좋다. 그러므로 귀를 기울이고 잘 들어서 똑똑히 알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보살들이 불국토를 깨끗이 하는 것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
"네, 그리하오리다."
하고 보장등 리차비의 5백 명 젊은이들이 대답을 하자, 세존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좋은 집안의 젊은이들이여, 중생이라고 하는 국토야말로 보살의 불국토인 것이다. 어째선가, 보살은 중생에 대한 이익이 증대하는 한, 그때까지 불국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생이 단련되어 가는 상태, 그것에 따라 불국토가 결정된다. 불국토에 가는 일이 어떠해야만 중생은 불타의 지혜로 들어가게 되느냐 하는 그것에 따라 불국토가 생각된다. 불국토에 가는 일이 어떤 것이어야 사람들은 성자와 같은 근기를 갖게 되는가. 그것에 따라 불국토는 생각된다. 그것은 왜 그런가 하면, 보살에 있어서의 불국토란 것은 중생의 이익과 관계없이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장이여,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공중에 무엇인가를 만들려 하고, 그것을 바라는 대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공중에는 실제로는 만들 수도 없고 꾸밀 수도 없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존재는 허공과 같은 것이라고 알고, 보살은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해, 원하는 대로 불국토를 만든다. 그러나 불국토는 중생을 빼놓은 공중에, 만들어질 리가 없고 꾸며질 리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장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중생의 곧은 마음이라는 국토가 바로 보살의 불국토이다. 보살이 깨달음을 얻을 때의 그 불국토에는 사람을 거짓 속이는 일이 없는 중생이 태어날 것이다.
또 깊은 결의라는 국토가 보살의 불국토이다. 그 불국토에는 온갖 선근과 지혜와 덕을 모은 중생이 태어날 것이다.
수행이라는 국토야말로 보살의 불국토이다. 거기에는 온갖 선법을 거처로 삼는 중생이 태어난다.
보살의 위대한 발심이 불국토이다. 거기에는 이미 대승에 들어가 있는 중생이 태어난다.
보시의 국토가 보살의 불국토이다. 거기에는 온갖 재물을 베풀어 주는 중생이 태어난다.
계율이라는 국토가 보살의 국토이다. 거기에는 온갖 선에의 의욕을 가지고 십선업도를 지키는 중생이 태어난다.
인내라는 국토가 보살의 불국토이다. 거기에는 삼십이상으로 몸을 꾸미고, 감인과 유화와 적정한 피안에 도달한 중생이 태어난다.
정진 노력이 불국토이다. 거기에는 온갖 선을 행하려고 노력하는 중생이 태어난다.
선정이 불국토이다. 거기에는 온갖 선을 행하려고 노력하는 중생이 태어난다.
지혜라는 국토가 불국토이다. 거기에는 진실을 보는 데 결정적인 자격을 이미 얻은 중생이 태어난다.
네 가지 무한이 불국토이다. 거기에는 사랑과 동정과 기쁨과 치우치지 않은 마음을 가진 중생이 태어난다.
사람들을 진리에 가깝게 하는 네 가지 일이 불국토이다. 거기에는 온갖 해탈의 사실에 이끌려든 중생이 태어난다.
방편에의 공교로움이 불국토이다. 그 국토에는 모든 수단과 관찰에 뛰어난 중생이 태어난다.
깨달음의 적절한 수단으로서의 37가지가 불국토이다. 거기에는 네 가지의 바르게 마음을 쓰는 것과, 네 가지의 바른 노력과, 네 가지의 신통의 기초와, 다섯 가지의 기능과, 다섯 가지의 능력과, 일곱 가지의 깨달음의 지분과, 여덟 가지의 도를 행하는 것을 알고 있는 중생이 태어난다.
회향의 마음이 불국토이다. 이 국토에는 온갖 공덕으로 꾸며진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리라.
여덟 가지 불운한 태어남을 없애려는 설법이 불국토이다. 이 국토에서는 모든 악취가 완전히 끊어져, 여덟 가지 불운한 태어남도 없게 될 것이다.
스스로는 계율의 조문을 잘 지키고, 남의 잘못은 이를 말하지 않는 것이 바로 불국토이다. 그 불국토에서는 잘못이라는 이름마저 들을 수 없다.
깨끗한 십선업도야말로 보살의 불국토이다. 보살에게 깨달음을 얻게 하는 이 불국토에는 십선업도의 결과로서 수명을 온전히 하는 사람, 큰 자산가로 된 사람, 이성과의 관계가 깨끗한 사람, 진실을 말하는 것으로 몸을 꾸미는 사람, 말이 부드러운 사람, 가족 사이에 불화가 없는 사람, 다투는 일을 원만하게 다스리는 데 뛰어난 사람, 질투가 없는 사람, 노여워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 바르게 보는 사람 등 이런 중생이 태어나리라.
좋은 집안의 젊은이들이여, 이같이 하여 보살이 깨달음에 대해 발심하는 것이 불국토인 것처럼 곧은 마음도 마찬가지로 불국토이다. 곧은 마음처럼 수행도 마찬가지이다. 수행이 있는 한 깊은 결의도 마찬가지이다. 깊은 결의가 있는 한 통찰도 있고, 통찰이 있는 한 행함이 있고, 행함이 있는 한 회향도 있고, 회향이 있는 한 방편도 있고, 방편이 있는 한 국토의 청정도 있다. 국토의 청정이 있는 것처럼 중생의 청정도 마찬가지이며, 중생의 청정이 있듯이 지혜의 청정도 있고, 지혜의 청정이 있듯이 설법의 청정도 있으며, 설법의 청정이 있듯이 지적 완성의 청정도 있고, 지적 완성의 청정이 있듯이 자기 마음의 청정도 마찬가지로 있다.
그런 까닭에, 젊은이들이여, 국토 청정을 원하는 보살은, 자기 마음을 다스려 깨끗이 하는 데 힘쓸 일이다. 왜냐하면, 보살의 마음이 어떻게 깨끗하냐에 따라 불국토의 청정이 있기 때문이다.
예토를 부정함
그때, 불타의 위신력에 의해 장로인 샤리푸트라에게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일 보살의 마음이 청정함에 따라 불국토가 깨끗해지는 것이라면, 석가모니 세존이 보살이었을 때, 그 마음이 어찌 부정했겠는가, 그런데 이 불국토가 이처럼 부정한 것은 어찌된 일인가."
그리하여 샤리푸트라가 마음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세존이 알아차리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샤리푸트라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여기 해와 달이 있다고 하자. 해와 달은 어찌 깨끗하지 않다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찌하여 장님에게는 보이지 않는가."
샤리푸트라가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장님의 허물이긴 하지만 해와 달의 잘못은 아닙니다.
세존이 말하였다.
"샤리푸트라여, 그와 마찬가지로 중생에게는 여래의 불국토가 공덕으로써 꾸며져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중생의 무지에서 오는 과실이기는 해도 거기에 여래 쪽의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샤리푸트라여, 여래의 불국토는 청정하건만 그대가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때 브라흐마 신인 시킴이 장로인 샤리푸트라에게 말했다.
"대덕이여, 여래의 불국토가 청정하지 않다고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내가 석가모니 세존의 불국토를 보건대, 그것은 청정하기가 마치 타화자재천의 궁전처럼 청정합니다."
거기서 장로인 샤리푸트라는 말했다.
"브라흐마여, 내게는 이 땅이 험하고 높고 낮은 것과 가시밭과 벼랑과 산꼭대기와 도랑과 진흙,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입니다."
브라흐마 신이 말했다.
"그처럼 불국토가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까닭은, 틀림없이 당신의 마음에 높고 낮은 것이 있고, 불타의 지혜에 대한 의욕이 깨끗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샤리푸트라여, 모든 중생에 대한 마음이 평등하고, 불타의 지혜에 대한 의욕이 깨끗한 사람에게는, 이 불국토가 청정한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예토를 깨끗이 함
그때 세존은 아직 사람들에게 의심이 남아 있는 것을 알고, 이 삼천대천세계 위에 발가락을 올려놓았다. 올려놓자마자 이 세계는 무량백천의 보석을 겹겹이 모아 쌓아올려 장식해 놓은 것처럼 되었다. 그것은 흡사 보장엄여래의 세계가 무한한 공덕의 보물을 가지고 꾸며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이 모임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는 놀라운 일이었고, 그들은 스스로 또 보석 연꽃으로 장식된 자리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때 세존은 샤리푸트라를 향해 말하였다.
"샤리푸트라여, 불국토가 이처럼 공덕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보았는가?"
샤리푸트라가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이들 장식은 지금까지 본 일도 들은 일도 없는 것입니다."
세존이 말하였다.
"샤리푸트라여, 이 불국토는 항상 청정하기가 이와 같은 것이지만, 못난 중생을 차례로 성숙시켜가기 위해, 여래는 이 불국토에 이렇게 많은 결함과 불완전함이 있는 것처럼 보여 주신 것이다. 예를 들면 신들은 똑같은 보석 그릇으로 식사를 하지만, 어떠한 덕을 과거에 쌓았느냐 하는 차이에 따라 그 식사가 제호미가 있는 것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샤리푸트라여, 사람들은 같은 불국토에 태어나기는 했지만, 그들이 어떻게 정화되어 있는가에 따라 불국토가 공덕으로 꾸며지는 것도 여러 가지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위에 말한 것처럼 불국토가 공덕으로 꾸며져 있는 모양으로 나타났을 때, 8만 4천의 사람들이 무상의 완전한 깨달음으로 발심했다. 리차비족의 젊은이인 보장과 함께 모인 500명의 청년은, 진리에 수순한다는 지혜를 얻었다.
뒤이어 세존이 위에 말한 신족을 거두자, 불국토는 다시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다. 이것을 보고 성문승에 속한 신과 사람들은 '참으로 이 만들어진 세계는 무상하다'라고 알고, 3만 2천의 사람이 법에 대해 더러움이 없는 청정한 눈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8천의 비구들은 집착이 없어지고 번뇌의 누출로부터의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광대한 불국토에 대해, 신순한 8만 4천 명의 사람도, 모든 존재는 마음에 의해 설립성취된 성질의 것이란 것을 알고, 바르게 완성된 무상의 깨달음을 향해 발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