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신해욱 - 레퀴엠
사무엘럽
2020. 11. 19. 22:10
죽은 채로 들어와서 죽은 채로 퇴장하는 피조물을 위해
우리는 다 같이 야맹증을 앓아야 한다
그런 피조물의 등은
도무지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타 넘고 싶은 유혹이 간절해서
눈을 뜨고 또 떠도 차마
본 것만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귀를 파고 또 파도
터널을 뚫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 밤만. 부디 오늘 밤만
먹을 갈까
곡을 할까
그런 피조물의 삶은
도무지 추체험을 할 수가 없고
그런 피조물을 위한 노래는
너무 짧아서 끝을 맞출 수가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