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신해욱 - π
사무엘럽
2020. 11. 19. 22:06
반원에 갇혔다. 반원은 속도가 있었고. 반원이지만 완고한 원이었다. 나는 전혀. 눈을 굴렸고 반원으로 굴렸고. 톱밥이 날렸습니다. 톱을 들고 누가. 박을 탄 건데. 옥신각신 타다가 멈춘 건데. 목이 돌아가는 각도가 의심스러웠다. 한계는 또렷하게. 위협은 정확하게. 팔을 뻗었고 팔은 길었고 원은 전혀. 등을 긁는 것은 무리였다. 분수를 알아야 했어. 나의 둘레에 완전무결한 후광을 그리겠다고 호언장담한 건 누구였던가. 지평선은 회전하고. 열대야의 꿈속에서 내가 오한에 들어가며 지켜낸 구멍은 어디 있는가. 어디서 점점 커지는가. 머리 위로 던진 공은 전혀. 언젠가는 되돌아오고 왁스를 바른 바닥은 미끄럽고. 반원에 갇혔다. 미끄러워도 된단 말입니까. 부끄럽지도 없으십니까. 바닐라에 대한 모름. 네모의 반듯한 사악함. 무한한 가로수의 지루함. 나는 기피를 당하는 것 같았다. 연속되는 비번이었다. 그럴듯한 소외였다. 없었던 일로 하십니까. 망신을 당할 얼굴이 전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