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 실존하는 기쁨

사무엘럽 2021. 8. 4. 09:03

 

희지의 세계:황인찬 시집, 민음사 구관조 씻기기:황인찬 시집, 민음사 [창비]사랑을 위한 되풀이 (황인찬 시집), 창비 이미지 사진(2021 제66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9791190885478, 황인찬 등저

 

 

 그는 자꾸 내 연인처럼 군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와 팔짱을 끼고 머리를 맞대고

 

 가만히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아는 사람을 보았지만 못 본 체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지만 확신은 없다

 

 아파트 단지의 밤

 

 가정의 빛들이 켜지고 그것이 물가에 비치고 있다 나무의 그림자가 검게 타들어 가는데

 

 이제 시간이 늦었다고 그가 말한다

 그는 자꾸 내 연인 같다 다음에 꼭 또 보자고 한다

 

 나는 말없이 그냥 앉아 있었고

 

 어두운 물은 출렁이는 금속 같다 손을 잠그면 다시는 꺼낼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