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신해욱 - 종근당에 갔다
사무엘럽
2020. 11. 19. 21:16
종근당에 갔다
복도는 추했다
우리는 차가운 형광등 불빛 아래
우리는 비열한 환상에 젖어
그날의 일
그날그날의 없었던 일
소리를 내서 생각을 하고 싶었다
그날그날의 경험에 맞추어
종근당에서 말소된 것들
손상된 것들 우리가 겪지 못한 모든 것들
목은 마르고
약은 쓰고 이윽고
그날의 성분이
그날그날의 생각이
코로 밀려 들어와서 기침을 하게 된다면 우리의 입에서는 무엇이 튀어나올 것인가
튀어나온 것들이
북받친 의외의 것들이
생각에 섞여 다시 목구멍으로 넘어온다면 우리는 어떤 침을 삼켜야 하는가
(에밀레종은 뜨거웠겠지)
종근당의 종은 울리지 않았고
(소리가 나지 않는 생각 속에)
종근당의 복도에 주저앉아
(시간은 금이다, 아니다 납이다, 아니다 쇳물이다, 뜨겁게 끓어 넘쳐)
우리는 점멸하는 형광등 불빛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