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니 - 있었던 것이 있었던 곳에는 있었던 것이 있었던 것처럼 있었고
한낮은 태양의 눈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있었던 것이 있었던 곳에는 있었던 것이 있었던 것처럼 있었다. 사라진 것의 자리를 메우는 것 같지만 빛은 공백을 환기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마음의 짐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거의 자리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익숙한 자리에서 위안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사라진 흔적조차 흔적을 남긴다. 어제의 자리에서 어제의 사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기분이 듭니다. 지금은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이다. 굳이 이곳을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두 눈을 감으면 빈자리로 다시 찾아드는 무언가가 있다. 감추어진 뜻 속으로 다시 스며드는 목소리가 있다.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을 하나하나 종이에 새겨 넣는다. 사이와 사이를 배회하면서 눈을 뜬 채로 잠들어 있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몇 겹의 움직임 위로 몇 겹의 움직임이 겹쳐 흐르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면 당신 자신의 물결을 만들어나가십시오. 겸손한 어조 속에 단호함이 배어 있는 목소리였다. 각오는 되어 있습니까. 현실 세계로 돌아와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장면들 속에서 흘러가는 그림자를 응시하는 것은 음지의 열매를 길러내는 일만큼이나 수고로운 일이다.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있었던 것과 있었던 것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간격이 있었다. 발생한 간격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걸음이 있었다. 한 그루의 나무는 오랜 슬픔을 숨기기에 적당한 장소였다. 나무와 나무가 자랄 때 그림자와 그림자는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가. 종이 위로 번지는 얼룩이 있었다. 눈을 돌리면 가파른 언덕길에서 아이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있었던 것이 있었던 곳에는 있었던 것이 있었던 것처럼 있었다. 무언가 모르는 것이 풍경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