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욱 - 조그만 이모들이 우글거리는 나라

사무엘럽 2020. 11. 19. 20:30

 

무족영원:신해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Syzygy:신해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간결한 배치, 민음사 일인용 책:신해욱 산문집, 봄날의책 해몽전파사 신해욱 소설 양장본 생물성, 문학과지성사

 

 

 하나 남은 벽에 등을 대고 앉아

 우리는 무척 즐겁다

 

 우리는 갖가지 미신을 바닥에 늘어놓고

 

 오락거리와 간식거리를 나누며

 씨가 없는 이야기를 후두둑 뱉으며

 

 이 벽은 무엇의

 하나 남은 벽일까

 

 우리는 나란히 나란히 벌거벗고

 벌거벗음의 내기를 한다

 

 우리는 조그만 이모들 

 눈을 감고 서로의 갈비를 만지며

 갈비가 하나

 갈비가 둘

 사마귀에 덮인 손으로 

 갈비뼈는 둥글고

 갈비뼈는 금이 가고

 

 괜찮아 괜찮아 우리에게는

 담력이 있다

 넉살이 있다

 야단을 맞아도 좋지 우리는 햇볕에

 갈비를 말리며

 갈비의 짝을 맞추며

 

 이 벽은 무엇의

 하나 남은 벽일까

 

 이마에 주름을 잡고

 모자이크를 한다 하나 남은

 무엇의 벽에

 하느님이 있고 하트가 있고

 갈비가 가득하고 

 

 우리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

 

 조그만 이모들이 우글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