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 복종하는 힘

사무엘럽 2021. 6. 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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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겨울에 복종하였다. 의자에 순응하기 위해 무릎뼈를 굽혔다. 계단의 의지에 따라 몸을 낮추고

 출입구를 위해서는 나갔다.

 들어왔다. 또

 나갔다.

 

 바깥은 무한해서 복종할 수 없었다.

 병원 벤치에 앉은 노인이 눈을 감고 무엇을 따라가고 있다. 그건

 왕인가.

 잠인가.

 

 제 몸 안에 중력이 있는 사람의 모양으로

 그는 점점 더 무거운 점에 가까워지고

 별과 비슷해지고

 거의 바깥이 되었다.

 

 행성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우주에는 바깥이 없어서

 어디로 떠나지도 않고

 무엇을 따르지도 않는

 

 거기는 겨울이 없고

 거울도 없어서

 복종할 수 없었다.

 나는 사후가

 땀을 흘리는 것을 오래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