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장욱 - 동물사전
사무엘럽
2021. 6. 7. 13:07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라면 거기 있다가
거기 있지 않은 것
하지만 거기서 여전히
거기까지인 것
이동하는 것들에게는 아흔아홉 개의 촉수라든가
내 것이 아닌 의지
그리고 적절한 분포
너와 헤어진 후 나는 움직이지 않았지. 거기서
태양의 주위를 어지럽게 돌고 있었을 뿐.
360도로 고개가 빙 돌아가는
인형처럼
아침에는 여기 있다가 점심에는 여기 없고 저녁에는 또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끝내
먼 곳까지인 것은?
그럴 때마다 내가 속한 종을 이해한다는 것
거대한 성기를 가진 물소들의 이동에 포함된다는 것
나를 기준으로 무한한 동서남북을 만든다는 것
그것이 보시기에
좋았지만
아무래도 나는 분포되지 않았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
네가 있는 그곳까지
여전히 여기 있다가 문득
우리가 여기
있지 않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