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 위험구역

사무엘럽 2021. 6. 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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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밟고 서 있는 곳이 확,

 꺼지지 않았지.

 드디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네.

 저 돌은 언제 떨어지나?

 그림자처럼 자꾸

 뒤따라오는 것이 있다.

 여분의 심장을 갖고 다녀서 저 남자는

 가방이 저렇게 불룩한가.

 아내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침대에 누운 채로 홀연

 맨홀에 빠지는 시간.

 내 손은 언제나 감염되기 직전이지만

 너에게 결정적인 악수를 청한다.

 밤하늘 저편에서 아직

 오늘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있다.

 그것을 종말이라고도

 아침식사라고도

 이름 붙일 수 있겠지만.

 나는 방금 잠든 나의 표정을 내려다보았다.

 유리처럼 깨져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유리처럼 투명한

 이 최후의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