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장욱 - 식물의 그림자처럼
사무엘럽
2021. 6. 5. 23:31
이게 누구의 팔인가.
잘 자란다.
조금씩 움직이는 손끝을 만들고
외로운 흔들림을 만들고
무섭게 무성해지는 것
행인 1을 안 보이는 손아귀로 휘감고
행인 2의 혼잣말과 비슷해졌다가
막 도착한 행인 3의 무심한 얼굴빛이 되는 것
어둠을 켰다가 깜빡
끄는 것
우리는 움직이지 않고도
벌레처럼 상상력이 깊다.
무한한 친구와 무한한 적이 동일하다.
평면과 깊이가 일치한다.
그것이 우리의 정의
저녁이 올 때마다 그는
우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연락을 받을 것이다.
사투 중이라고 들을 것이다.
무심할 것이다.
여기는 조금씩 지상과 일치하고
길과 길 아닌 것을 구분하지 않고
누워 있기 좋은 곳
그대는 우리를 밟고 지나가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무한한 친구가 되어간다.
우리의 무한한 적에 도달한다.
이 모든 것은 그늘이
무섭게 깊어가는 이야기
이윽고 완전한
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