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장욱 - 필연
사무엘럽
2021. 5. 31. 13:34
나는 야위어가면서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필연이라고 생각하려 노력했다.
반드시 이루어지는 그것을 애인이라고
생일이라고
신문사에 편지를 쓰고 매일 실망을 했다.
고체가 액체로
액체가 에테르로 변하는 세계를 사랑하였다.
강물이 무너지고
돌이 흘러갈 때까지
사랑을 합니다,라고 적고
밤과 수수께끼라고 읽었다.
최후라고 읽었다.
토성에는
토성의 필연이 있다고
칼끝이 우연히 고독해진 것은 아니라고
그런 밤에는 인기척이 툭,
떨어졌다.
누가 지금 막 내 곁에 태어났다는 듯이.
마침내 이 세계에 도착했다는 듯이.
오래전에 자신을 떠나
검디검은 우주 공간을 지나온 별빛의 모습으로.
뭐라 말할 수 없는 모양으로 누워 있는데
누군가 하늘 저편의 검은 공간을
내 이름으로 불렀다.